세상은 연기적 이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만 모를 뿐이지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다 연기적으로 관계되어 일어나거든요. 누가 건드려서 마음이 일어나고, 일어난 마음은 다 사라집니다. 만들어진 것은 다 사라지게 돼 있습니다.
나는 안사라집니까? 나도 사라집니다. 그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는 마음들을 내가 보는 것입니다. 없기 때문에 있음이 드러나는 것이고, 있는 것은 없음으로 돌아가지요.
그게 둘이 아닙니다. 이치로서가 아니고 구현되어 있는 불이不二입니다. 둘이 아닌 것을 생활속에서, 행위속에서 항상 알아차려야 합니다.
인간은 업의 한계속에서 살아갑니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인간의 몸을 받고 태어난 이상 한계가 있습니다.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지요. 사람들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거 없습니다. 특별한 것은 불안한 마음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 마음이 지금 여기서 팔딱팔딱 반응합니다. 나라는 존재가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지요.
그 움직임 속에 나의 본질적이고 투명한,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 본연의 마음은 상황이 나를 짓누르고, 누가 나를 무시하고, 헐벗고 굶주리는 것과 관계없습니다. 많이 배우고 안배우고도 관계없습니다. 깨끗하고 더러운 것도 관계없습니다. 삶과 죽음도 관계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 마음이 있다는 것만 알면됩니다. 그걸 어디에서 알아요? 악업이 있는 내몸의 껍데기층을 통과해서 내 몸속에서 그 마음을 찾는 것입니다.
- 강명희 법사님의 '마음을 다스리는 12가지 명상' 중에서 - |